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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칼럼] 향유의 향기와 계산의 냄새

거리마다 화려한 장식이 내걸리고 캐럴이 울려 퍼지는 12월의 문턱입니다. 성탄을 앞둔 이 기간을 그 누구보다 예수님의 오심을 깊이 묵상하고 다시 오실 예수님을 기다리는 ‘거룩한 묵상의 시간’으로 보내길 소망합니다. 이 기다림의 시간,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해 봐야 합니다.

나는 예수님께 향유를 드리며 헌신하는 모습이 있는가, 아니면 계산기를 들고 합리성과 타당성으로 따지며 머뭇하는 모습은 있지 않은가?”

요한복음 12장에는 이 땅에 왕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맞이하는 전혀 다른 두 장면이 등장합니다. 하나는 예루살렘의 시끄러운 광장이었고, 다른 하나는 베다니의 조용한 집이었습니다. 예루살렘의 군중들은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호산나!”를 외쳤습니다. 그들은 내 욕망을 채워줄 ‘해결사 왕’을 기대했습니다. 그들의 손에 들린 종려가지는 승리와 정복의 상징이었지만, 그들의 마음속에는 ‘나에게 얼마나 이익이 될까’라는 계산기가 숨겨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백마 대신 초라한 어린 나귀를 타고 오셨습니다. 군중의 기대와 달리 십자가의 길을 가시는 예수님을 보며, 그들의 환호는 불과 며칠 만에 “십자가에 못 박으라”는 저주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계산과 이익에 갇힌 신앙은 기대가 무너지는 순간 예수님을 배반하게 됩니다.

반면, 베다니의 마리아는 진실된 사랑의 감정으로 예수님께 나아갔습니다. 그녀는 1년치 노동자 임금에 해당하는 300데나리온이라는 거금을 아까워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여인이 공개된 장소에서 머리를 푸는 것은 체면을 버리는 행동이었습니다. 또한 발을 씻는 일은 집에서 가장 천한 종이 하는 일이었습니다. 마리아는 이 모든 것을 개의치 않고, 자신의 가장 귀한 옥합을 부어 예수님의 발을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닦았습니다. 자신의 체면과 명예, 그리고 돈의 가치까지 모두 내려놓고 절대적인 사랑과 헌신의 표현을 했습니다.

James Tissot, The Ointment of the Magdalene (Le Parfum de Madeleine), c. 1886–1894.
James Tissot, The Ointment of the Magdalene (Le Parfum de Madeleine), c. 1886–1894.

이처럼 마리아의 헌신은 집안 가득 생명의 향기를 채웠습니다. 그러나 가룟 유다는 겉으로는 가난한 자를 위하는 ‘합리적 계산’을 내세웠지만, 그 속마음은 탐욕으로 가득 찬 ‘도둑의 악취’를 풍겼습니다. 한 사람은 순전한 사랑으로 가장 귀한 것을 드렸고, 다른 한 사람은 예수님을 따르던 제자였음에도 계산적인 욕심으로 그 귀한 마리아의 헌신마저 훔치려 했습니다. 우리의 신앙은 이 두 가지 모습 중 어느 쪽에 더 가까이 있나요?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군중들의 “호산나” 소리는 공허하게 사라졌지만, 마리아가 깨뜨린 향유의 향기는 2,000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진하게 교회의 향기가 되어 전해지고 있습니다.

James Tissot, The Procession on the Mount of Olives, c. 1886–1894.

이번 성탄절, 여러분은 예수님 앞에 무엇을 들고 서 계시겠습니까?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아까워하며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따지는 계산기입니까? 아니면 주님을 위해 기꺼이 부어드릴 순전한 나드 향유입니까?

계산기를 내려놓으십시오. 헛된 기대를 내려놓으십시오. 우리를 위해 생명을 버리러 오신 겸손한 왕 앞에, 나의 가장 소중한 마음과 삶을 드리는 것! 그것이 다시 오실 왕을 맞이하는 그리스도인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인 줄 믿습니다.

우리 모두 향유의 향기가 가득한 삶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축복합니다.

담임목사 이재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