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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 칼럼] 무덤 앞에서 부르는 감사의 노래

Photo by Daniil Perunov on Unsplash

추수감사절이 다가오면 우리는 으레 황금빛 들녘과 풍성한 과실, 가득 찬 곡식 창고를 떠올립니다. 한 해 동안 베풀어 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세어보며, 손에 쥐어진 결실에 감사하는 것은 마땅하고 아름다운 일입니다. 그러나 요한복음 11장에서 말하는 ‘진짜 추수감사’의 현장은 뜻밖에도 풍요로운 논밭이 아니라, 죽음의 냄새가 진동하는 ‘무덤 앞’이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펼친 요한복음 11장은 나사로의 죽음이라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시작됩니다. 예수님이 사랑하시던 나사로가 병들어 죽고, 무덤에 장사 된 지 이미 나흘이 지났습니다. 모든 소망이 끊어지고, 시신 썩는 냄새가 진동하는 그곳은 인간적인 눈으로 볼 때 감사는 커녕, 통곡과 원망이 어울리는 자리였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절망의 한복판에서 우리 예수님은 하늘을 우러러 가장 위대한 감사를 올려 드리십니다. 아버지여 말을 들으신 것을 감사하나이다.” (요 11:41)

아직 나사로는 무덤 안에 있었습니다. 여전히 돌문은 닫혀 있었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눈에 보이는 현실이 아닌, 하나님의 약속을 믿고 ‘미리 감사’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선행적 감사가 선포되었을 때, 닫힌 돌문이 열리고 죽은 자가 걸어 나오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감사가 죽음을 이겼고, 감사가 절망을 소망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역사적으로 첫 번째 추수감사절 또한 풍요의 축제가 아닌 생존의 감사였습니다. 1620년, 미신대륙에 도착한 청교도들은 혹독한 추위와 질병으로 동료의 절반을 잃었습니다. 그들 앞에는 가득 찬 곡식 창고 대신, 사랑하는 가족들을 묻은 수많은 무덤들이 놓여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 무덤 앞에서 눈물로 감사의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들에게 감사는 조건이 채워져서 하는 것이 아니라, 죽음조차 끊을 수 없는 하나님의 사랑을 신뢰하는 ‘믿음의 고백’이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2025년 추수감사주일을 맞이하는 여러분의 삶의 자리는 어떠합니까? 혹시 여전히 풀리지 않는 문제와 아픔으로 인해 마음이 무덤처럼 캄캄하십니까? “조금만 더 일찍 도와주셨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원망이 남아있지는 않습니까?

오늘, 나사로의 무덤 앞에 서신 주님은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말씀하십니다. 말이 네가 믿으면 하나님의 영광을 보리라.”

진정한 감사는 환경을 뛰어넘는 믿음의 선포입니다. 내 안의 불신앙의 돌을 옮겨 놓고, 나를 얽어매던 염려와 두려움의 수건을 풀어버릴 때, 하나님은 우리 삶에 예비하신 ‘새 일’을 행하실 것입니다. 나사로를 살리시기 위해 십자가의 길을 걸으신 예수님의 그 사랑이 오늘 우리를 다시 살게 하는 능력입니다.

이번 추수감사주일, 눈에 보이는 조건이 아닌 믿음으로 드리는 감사가 회복되기를 소망합니다. 무덤 같은 현실 앞에서도 “이미 들으신 줄을 믿고” 선포하는 여러분의 감사가, 닫힌 문을 열고 기적을 부르는 열쇠가 될 것입니다. 죽음에서 생명으로, 절망에서 찬송으로 바꾸시는 하나님의 놀라운 추수가 여러분의 가정과 일터 위에 충만하기를 축복합니다.

감사가 기적을 만듭니다. 모든 것이 주님의 은혜입니다.”

담임목사 이재윤